어깨 MRI에는 대개 이상 소견이 하나만 나오지 않습니다. 힘줄 변성, 점액낭 삼출, 견봉쇄골관절 퇴행이 한 장의 판독지에 함께 적히고, 그중 어느 것이 지금의 통증을 만들고 있는지는 영상만으로 가려지지 않습니다. 여기에 MRI가 누운 자세의 정지 상태를 찍는다는 점이 더해집니다. 어깨 통증은 대부분 팔을 움직일 때 생깁니다.
양산 호랑이부부한의원 대표원장, 한방재활의학과 전문의 정범환입니다.
판독지를 들고 오셔서 이렇게 물으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적힌 게 네 가지인데, 그중에 뭐 때문에 아픈 건가요?”
어깨 MRI에는 소견이 한 개만 나오지 않습니다
어깨에는 통증을 낼 수 있는 구조물이 좁은 공간에 겹쳐 있어서, 영상에는 대개 여러 소견이 동시에 잡힙니다.
어깨 통증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 115명의 MRI를 두 명의 근골격 영상의학과 전문의가 임상 정보를 모른 채 다시 판독한 연구(Kvalvaag 등, 2017, BMC Musculoskeletal Disorders)에서, 힘줄 변성이 73.9퍼센트, 견봉쇄골관절 퇴행이 71.3퍼센트, 점액낭 삼출이 56.4퍼센트, 부분 파열이 34.8퍼센트에서 확인됐습니다. 이 중 어떤 소견도 없는 사람은 115명 가운데 8명이었습니다.
같은 연구에서 소견의 개수를 점수로 합산했을 때, 그 점수가 환자의 통증·기능 점수를 설명한 몫은 2퍼센트에 미치지 못했습니다. 소견이 많다고 더 아픈 것이 아니었다는 뜻입니다.
판독지는 무엇이 변해 있는지를 알려주지, 지금 어디가 아픈지를 지목하지는 않습니다.
MRI는 누워서 가만히 있을 때를 찍습니다
어깨 통증은 대부분 특정 동작에서 생기는데, MRI에는 그 동작이 담기지 않습니다.
팔을 옆으로 올릴 때 견갑골이 언제부터 따라 도는지, 어깨를 올리는 동안 어느 각도에서 통증이 나타나는지는 영상에 남지 않습니다. 견갑골과 흉추의 움직임이 굳어 있으면 같은 힘줄 상태로도 팔을 올릴 때 받는 부담이 달라집니다. 영상은 그대로인데 통증이 생기거나 사라지는 이유가 여기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어깨 밖에서 오는 통증도 있습니다. 목에서 시작된 통증이 어깨와 팔로 퍼지면 어깨 MRI는 별문제 없이 나옵니다. 아래 항목에 해당하면 어깨만 보지 않고 범위를 넓혀 확인해야 합니다.
- 목을 돌리거나 젖힐 때 어깨 통증이 같이 달라지는 경우
- 팔이 저리거나 손끝 감각이 둔한 증상이 함께 있는 경우
- 어깨를 어떻게 움직여도 통증 강도가 변하지 않는 경우
- 밤 통증에 발열, 체중 감소가 함께 있는 경우
- 숨이 차거나 가슴 답답함과 함께 왼쪽 어깨가 아픈 경우
통증이 길어지면 조직과 통증의 연결이 느슨해집니다
통증이 몇 달 이어지면 신경계가 자극을 처리하는 방식 자체가 달라지기 때문에, 조직 상태만으로 통증 강도를 가늠하기 어려워집니다.
한쪽 어깨 통증 환자를 대상으로 중추 감작 관련 연구들을 모아 검토한 문헌고찰(Sanchis 등, 2015, Seminars in Arthritis and Rheumatism)에서는, 같은 진단명 안에서도 통증 민감도의 개인차가 크게 나타나 개별 평가가 필요하다고 정리했습니다.
이것은 통증이 마음의 문제라는 뜻이 아닙니다. 오래 아팠던 어깨는 같은 자극에도 더 크게 반응하도록 조정되어 있고, 그래서 영상이 나아 보여도 통증이 남을 수 있으며 반대의 경우도 생깁니다.
진료실에서는 무엇을 더 보나요
저희는 판독지를 먼저 읽고, 그다음 그 소견이 지금의 통증과 맞아떨어지는지를 확인합니다. 환자분이 아프다고 짚는 자리와 압통이 나오는 자리가 같은지 봅니다. 초음파는 팔을 움직이면서 볼 수 있어서, 어느 각도에서 힘줄이 걸리는지 실시간으로 확인합니다. 스스로 팔을 들 때와 남이 들어줄 때의 가동범위를 나눠 기록하고, 목을 움직여 어깨 통증이 재현되는지도 함께 봅니다. 여기까지가 어느 조직이 문제인지를 가려내는 과정입니다.
그다음 남는 질문이 있습니다. 같은 곳을 찾아 같은 방식으로 치료해도 6주에 풀리는 분이 있고 넉 달을 가는 분이 있습니다. 밤에 통증으로 자주 깨면 조직이 회복될 시간이 줄고, 소화가 안 되어 잘 못 드시면 회복에 쓸 재료가 부족합니다. 약침이 문제가 확인된 자리를 직접 다루는 일이라면, 한약은 그 자리가 회복될 몸의 조건을 다루는 일입니다. 저희는 진맥과 문진, 필요하면 혈액검사와 자율신경 검사로 지금 회복을 붙잡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확인하고, 그에 맞춰 약침의 종류와 한약 처방의 방향을 함께 정합니다. 검사와 치료 항목은 진료 안내에 정리해 두었습니다.
만성 통증에 대한 침 치료는 39건의 무작위대조시험, 20,827명의 개별 환자 데이터를 모아 분석한 연구(Vickers 등, 2018, Journal of Pain)에서 어깨 통증을 포함한 네 가지 통증 조건을 대상으로 검토됐고, 치료 종료 후에도 효과가 상당 부분 유지되는 것으로 보고되었습니다.
여기까지가 일반적인 이야기입니다
지금까지는 어깨에서 영상과 증상이 어긋나는 일반적인 이유입니다.
다만 그 어긋남이 조직을 잘못 지목한 데서 온 것인지, 목에서 온 통증이 섞여 있는 것인지, 아니면 통증이 길어지면서 회복 조건 쪽이 문제가 된 것인지는 사람마다 다릅니다.
앞의 둘은 움직여 보고 초음파로, 마지막은 진맥과 문진으로 확인해야 알 수 있습니다. 그 결과에 따라 침과 약침, 추나 위주로 갈지 한약을 함께 쓸지가 달라집니다.
MRI는 어깨를 판단하는 데 필요한 자료입니다. 다만 그 자료 한 장이 답까지 주지는 않습니다. 판독지와 지금 아픈 동작을 나란히 놓고 봐야 어깨가 읽힙니다.
자주 묻는 질문
소견의 개수와 통증의 정도가 비례하지는 않습니다. 어깨 통증 환자 115명을 조사한 연구에서 소견 개수를 합산한 점수가 통증·기능 점수를 설명한 몫은 2퍼센트에 미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적힌 소견을 전부 치료 대상으로 삼기보다, 그중 어느 것이 지금 아픈 동작과 맞아떨어지는지를 먼저 가려냅니다.MRI에 이상이 네 가지나 적혀 있는데 다 치료해야 하나요?
아닙니다. MRI는 누운 자세의 정지 상태를 찍기 때문에 움직임에서 생기는 문제는 영상에 남지 않습니다. 견갑골과 흉추의 움직임, 목에서 시작된 통증, 근육의 압통점은 모두 영상에 잘 잡히지 않는 부분입니다. 이런 경우에는 어떤 동작에서 통증이 재현되는지를 직접 확인하는 쪽으로 접근합니다.아픈데 MRI는 깨끗하다고 합니다. 꾀병인가요?
같은 부위를 다시 찍는다고 답이 달라지지는 않습니다. 영상이 답하지 못하는 부분이 움직임과 통증 처리 쪽에 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다친 뒤에 갑자기 팔을 못 올리게 됐거나 몇 주 사이 근력이 눈에 띄게 떨어졌다면 다시 확인이 필요합니다. 그 외에는 이미 있는 영상을 놓고 진찰 소견과 맞춰 보는 편이 낫습니다.MRI를 다시 찍어보면 알 수 있을까요?
두 가지를 봅니다. 통증이 최근에 생겼고 밤에 잘 주무시며 체력에 큰 변화가 없다면 침과 약침, 추나 위주로 경과를 봅니다. 반대로 통증이 3개월 이상 이어졌거나 밤에 깨거나 예전 같으면 나았을 것이 안 낫는다고 느끼신다면, 약침으로 확인된 자리를 다루면서 한약으로 회복 조건을 같이 봐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첫 진료에서 이 부분을 먼저 확인하고 말씀드립니다.침만 맞아도 되나요, 한약도 먹어야 하나요?
세 가지를 정리해 오시면 됩니다. 첫째, 어떤 동작에서 가장 아픈지. 둘째, 목을 움직일 때 어깨 통증이 같이 달라지는지. 셋째, 통증이 시작된 지 얼마나 됐고 밤에 깨는 일이 있는지입니다. 첫 진료에서는 가져오신 판독지를 함께 보면서 초음파로 움직이는 상태를 확인하고, 능동과 수동 가동범위를 나눠 측정하고, 압통 위치가 판독 소견과 맞는지 대조합니다. 위에 적은 확인 항목에 해당하면 어깨 밖으로 범위를 넓혀 봅니다.그럼 저는 어떻게 해야 하나요?
참고문헌
- Kvalvaag E, Anvar M, Karlberg AC, et al. Shoulder MRI features with clinical correlations in subacromial pain syndrome: a cross-sectional and prognostic study. BMC Musculoskelet Disord. 2017;18:469.
- Sanchis MN, Lluch E, Nijs J, Struyf F, Kangasperko M. The role of central sensitization in shoulder pain: a systematic literature review. Semin Arthritis Rheum. 2015;44(6):710-716.
- Vickers AJ, Vertosick EA, Lewith G, et al. Acupuncture for chronic pain: update of an individual patient data meta-analysis. J Pain. 2018;19(5):455-47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