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회화 건염에서 통증을 만드는 것은 석회 덩어리 자체가 아니라, 몸이 그 석회를 치우는 과정에서 생기는 염증 반응입니다. 그래서 그 과정이 지나가면 석회가 아직 남아 있어도 통증은 가라앉습니다. 반대로 석회가 오래 그 자리에 있었는데도 한 번도 아프지 않은 경우가 있습니다.
양산 호랑이부부한의원 대표원장, 한방재활의학과 전문의 정범환입니다.
한 달쯤 치료받고 다시 찍은 X-ray를 보며 이렇게 물으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안 아픈 건 맞는데, 사진에는 석회가 아직 있어요. 이거 낫다 만 건가요?”
석회가 있다고 다 아픈 것은 아닙니다
어깨 X-ray에서 발견되는 석회는 통증이 없는 사람에게서도 나옵니다.
어깨 증상 없이 외상으로 응급실을 찾은 성인 734명과 어깨 통증으로 진료받은 485명의 X-ray를 비교한 연구(Louwerens 등, 2015, Journal of Shoulder and Elbow Surgery)에서, 증상이 없는 쪽에서도 7.8퍼센트에서 회전근개 석회가 확인됐습니다. 어깨 통증이 있는 쪽에서는 42.5퍼센트였습니다.
차이는 분명하지만, 증상 없는 사람의 열세 명 중 한 명꼴로 석회가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석회의 존재만으로는 지금 아픈지 아닌지가 정해지지 않습니다.
가장 아픈 시기는 석회가 녹기 시작할 때입니다
석회화 건염의 통증이 가장 심해지는 시점은 석회가 쌓일 때가 아니라 몸이 그것을 흡수하기 시작할 때입니다.
회전근개 조직을 직접 관찰해 이 병의 단계를 정리한 연구(Uhthoff와 Loehr, 1997, Journal of the American Academy of Orthopaedic Surgeons)는 석회가 만들어지는 형성기, 변화가 멈춘 휴지기, 다시 흡수되는 흡수기, 그리고 힘줄이 재정비되는 후석회기로 경과를 나눴습니다. 이 가운데 통증이 집중되는 시기가 흡수기입니다.
흡수기에는 석회 주변으로 새 혈관이 자라 들어오고 염증 세포가 모여듭니다. 힘줄 안쪽 압력이 오르고, 녹은 석회가 점액낭 쪽으로 새어 나가면 통증이 갑자기 심해집니다. 아무것도 안 했는데 어느 날 갑자기 팔을 못 들겠다고 하시는 경우가 대개 이 시기입니다.
가장 아픈 순간이 오히려 몸이 석회를 처리하기 시작한 시점이라는 뜻입니다. 이 구분을 알고 나면 통증의 의미가 달라집니다.
다만 아래에 해당하면 다른 문제를 먼저 감별해야 하므로 바로 진료를 받으시는 것이 맞습니다.
- 어깨가 붓고 붉어지면서 열감이 함께 있는 경우
- 38도 이상의 발열이 동반되는 경우
- 넘어지거나 부딪힌 뒤에 갑자기 팔을 못 들게 된 경우
- 통증이 2주 넘게 조금도 줄지 않고 잠을 계속 못 자는 경우
영상이 좋아지는 것과 안 아파지는 것은 따로 갑니다
석회의 크기 변화와 통증의 변화는 같은 속도로 움직이지 않습니다.
석회화 건염 환자 63명, 70개 어깨를 대상으로 초음파 치료와 가짜 치료를 비교한 연구(Ebenbichler 등, 1999, 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에서, 9개월 시점에 석회가 완전히 사라진 비율은 치료군 42퍼센트, 대조군 8퍼센트로 차이가 컸습니다. 그런데 같은 시점의 통증과 삶의 질 점수에서는 두 군의 차이가 유의하지 않았습니다. 영상은 벌어졌는데 증상은 만난 것입니다.
장기 경과에서도 비슷합니다. 석회화 건염 환자 342명을 평균 14년간 추적한 연구(de Witte 등, 2016, European Radiology)에서 석회의 크기, 개수, 모양, 위치 같은 영상 지표는 장기 예후를 예측하지 못했습니다. 대신 증상을 오래 안고 지냈던 기간 같은 임상 변수가 예후와 연관되어 나타났습니다.
추적 사진에 석회가 남아 있다는 것이 치료가 덜 됐다는 뜻은 아닙니다. 다만 이 병이 모두에게 저절로 끝나는 것도 아니어서, 통증이 반복되는지 아닌지는 계속 봐야 합니다.
진료실에서는 무엇을 보나요
저희는 석회가 있는지보다 지금 어느 시기인지를 먼저 봅니다. 초음파로 석회가 단단하게 뭉쳐 있는지 경계가 흐릿하고 물러져 있는지, 주변 점액낭이 부어 있는지를 확인합니다. 물러진 석회와 부은 점액낭이 함께 보이면 흡수기 쪽으로 판단합니다. 이 시기에는 자극을 줄인 무통 약침과 침치료로 통증과 수면을 먼저 다룹니다. 통증이 지나가고 굳은 어깨와 제한된 가동범위가 남으면 추나와 체외충격파 쪽으로 무게를 옮깁니다.
시기 판단이 끝나면 남는 질문이 있습니다. 같은 크기의 석회를 두고도 3주 만에 통증이 정리되는 분이 있고 넉 달을 끄는 분이 있습니다. 흡수는 몸이 하는 일이라 그 조건에 따라 속도가 달라집니다. 밤에 통증으로 자주 깨면 염증이 가라앉을 시간이 줄고, 소화가 안 되어 잘 못 드시면 회복에 쓸 재료가 부족합니다. 약침이 아픈 자리의 염증과 굳음을 직접 다루는 일이라면, 한약은 그 처리가 제 속도로 진행될 몸의 조건을 다루는 일입니다. 저희는 진맥과 문진, 필요하면 혈액검사로 지금 회복을 붙잡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확인하고, 그에 맞춰 약침의 종류와 한약 처방의 방향을 함께 정합니다.
회전근개 질환에 대한 침 치료는 28건의 무작위대조시험, 2,216명분의 자료를 모아 검토된 바 있으며(Choi 등, 2021, Journal of Acupuncture Research), 이 검토의 대상 질환에는 석회화 건염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여기까지가 일반적인 이야기입니다
지금까지는 석회화 건염이 일반적으로 밟는 경과입니다.
다만 지금이 형성기인지 흡수기인지, 석회가 점액낭 쪽으로 새어 나가 있는지, 그리고 흡수 속도를 붙잡고 있는 몸의 조건이 무엇인지는 사람마다 다릅니다.
앞의 둘은 초음파로, 마지막은 진맥과 문진으로 확인해야 알 수 있습니다. 그 결과에 따라 침과 약침 위주로 갈지, 추나와 체외충격파를 함께 쓸지, 한약을 더할지가 달라집니다.
X-ray에 남은 석회는 지금 어깨가 어떤 상태인지를 알려주는 한 조각입니다. 그 조각 하나가 통증의 유무를 결정하지는 않습니다. 사진이 아니라 어깨를 보는 것이 맞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통증이 없다면 석회를 없애는 것 자체가 목표가 되지는 않습니다. 어깨 증상이 없는 성인의 7.8퍼센트에서도 석회가 확인되고, 평균 14년을 추적한 연구에서 석회의 크기나 개수 같은 영상 지표는 장기 예후를 예측하지 못했습니다. 다만 통증이 반복되거나 팔을 올릴 때 걸리는 느낌이 남아 있다면 그 부분을 따로 확인합니다.안 아픈데 석회가 남아 있으면 빼야 하나요?
아무 일 없이 며칠 사이에 통증이 급격히 심해지고 팔을 들기 어려워졌다면 흡수기의 전형적인 모습에 가깝습니다. 초음파로 석회의 경계가 흐려져 있는지, 점액낭이 부어 있는지를 보면 판단에 도움이 됩니다. 다만 어깨가 붓고 붉어지거나 발열이 함께 있다면 다른 원인부터 감별해야 합니다.갑자기 어깨가 못 견디게 아픈데 이게 흡수기인가요?
석회의 변화와 증상의 변화가 같은 속도로 가지 않습니다. 초음파 치료 연구에서 9개월 시점에 석회 소실률은 42퍼센트와 8퍼센트로 크게 갈렸지만, 그 시점의 통증과 삶의 질 점수 차이는 유의하지 않았습니다. 통증과 가동범위가 좋아졌다면 그것이 판단 기준입니다.치료했는데 사진에 석회가 그대로면 실패한 건가요?
두 가지를 봅니다. 통증이 최근에 시작됐고 밤에 잘 주무시며 체력에 큰 변화가 없다면 침과 약침 위주로 경과를 봅니다. 반대로 통증이 3개월 이상 이어졌거나 밤에 깨거나 예전 같으면 나았을 것이 안 낫는다고 느끼신다면, 약침으로 아픈 자리를 다루면서 한약으로 회복 조건을 같이 봐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첫 진료에서 이 부분을 먼저 확인하고 말씀드립니다.침만 맞아도 되나요, 한약도 먹어야 하나요?
세 가지를 정리해 오시면 됩니다. 첫째, 통증이 언제부터 어떤 속도로 심해졌는지. 둘째, 밤에 어깨 때문에 깨는 일이 있는지. 셋째, 이전에 찍은 X-ray나 초음파가 있는지입니다. 첫 진료에서는 초음파로 석회의 성상과 점액낭 상태를 보고 지금 어느 시기인지 판단한 다음, 능동과 수동 가동범위를 나눠 측정합니다. 위에 적은 감별 항목에 해당하면 그 부분을 먼저 확인해 드립니다.그럼 저는 어떻게 해야 하나요?
참고문헌
- Louwerens JKG, Sierevelt IN, van Hove RP, van den Bekerom MPJ, van Noort A. Prevalence of calcific deposits within the rotator cuff tendons in adults with and without subacromial pain syndrome. J Shoulder Elbow Surg. 2015;24(10):1588-1593.
- Uhthoff HK, Loehr JW. Calcific tendinopathy of the rotator cuff: pathogenesis, diagnosis, and management. J Am Acad Orthop Surg. 1997;5(4):183-191.
- Ebenbichler GR, Erdogmus CB, Resch KL, et al. Ultrasound therapy for calcific tendinitis of the shoulder. N Engl J Med. 1999;340(20):1533-1538.
- de Witte PB, van Adrichem RA, Selten JW, Nagels J, Reijnierse M, Nelissen RGHH. Radiological and clinical predictors of long-term outcome in rotator cuff calcific tendinitis. Eur Radiol. 2016;26(10):3401-3411.
- Choi S, Lee J, Lee S, Yang GY, Kim KH. Acupuncture for symptomatic rotator cuff disease: a systematic review and meta-analysis. J Acupunct Res. 2021;38(1):20-3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