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반통이 여성에게 더 흔한 이유는 네 가지가 겹치기 때문입니다. 골반 구조가 다르고, 임신과 출산이 골반 관절을 통과하며, 골반 안에 통증을 일으킬 수 있는 장기가 더 많고, 통증을 감지하는 방식에도 차이가 있습니다. 어느 하나가 아니라 이 네 가지가 한 사람 안에서 겹칠 때 골반통은 오래갑니다.
양산 호랑이부부한의원 대표원장, 한방재활의학과 전문의 정범환입니다.
“산부인과에서는 아무 이상 없다는데 엉치랑 골반이 계속 아파요. 남편은 그런 데 아픈 적이 한 번도 없다는데요.” 진료실에서 자주 듣는 말입니다.
골반통은 실제로 얼마나 여성에게 치우쳐 있나요
세계보건기구(WHO) 주도로 178편의 연구, 약 46만 명의 자료를 모은 체계적 문헌고찰(Latthe 등, 2006)에서 생리 주기와 무관한 만성 골반통을 겪는 여성은 조사 집단에 따라 2.1%에서 24%에 이르렀습니다. 생리통까지 포함하면 비율은 훨씬 올라갑니다.
남성에게도 골반통은 있습니다. 다만 통증 연구 전반을 정리한 문헌(Bartley와 Fillingim, 2013, British Journal of Anaesthesia)에서 여성은 실험적 통증 자극에 더 민감하고 여러 만성 통증 질환의 위험이 더 높은 것으로 정리되어 있고, 골반통은 그중에서도 차이가 뚜렷한 영역입니다.
첫 번째 이유, 골반의 구조가 다릅니다
여성의 골반은 출산을 위해 더 넓고 얕게 만들어져 있습니다. 천장관절(엉치뼈와 골반뼈가 만나는 관절)은 원래 움직임이 거의 없는 관절인데, 여성은 이 관절이 남성보다 조금 더 움직입니다.
뼈의 맞물림이 느슨한 만큼 여성의 골반은 인대와 근육에 더 많이 기대어 안정성을 유지합니다. 그래서 인대가 늘어나거나 둔부 근육이 약해지면 골반통이 생기기 쉽습니다. 남성은 뼈의 맞물림 자체가 단단해서 같은 조건에서도 통증으로 이어지는 일이 적습니다.
두 번째 이유, 임신과 출산이 골반 관절을 지나갑니다
임신 중에는 릴랙신을 비롯한 호르몬이 골반 인대를 느슨하게 만듭니다. 출산 통로를 만들기 위한 변화입니다. 여기에 체중이 늘고 무게중심이 앞으로 이동하면서 천장관절과 치골결합(골반 앞쪽이 만나는 곳)에 부담이 몰립니다.
임신 관련 골반통을 정리한 체계적 문헌고찰(Wu 등, 2004, European Spine Journal)에서는 임신 중 여성의 약 45%, 출산 후 약 25%가 골반통 또는 요통을 겪는 것으로 집계되었습니다. 출산 뒤에도 약 7%는 문제가 심각한 수준으로 남았습니다.
느슨해진 인대가 원래 상태로 돌아오는 데는 시간이 걸리는데, 바로 그 시기에 육아가 시작됩니다. 아이를 안아 올리고, 한쪽으로 안고, 밤에 여러 번 깨는 생활은 인대가 회복될 여유를 주지 않습니다. 출산 후 몇 년이 지나 찾아오는 골반통의 상당수가 이 시기에 시작됩니다.
세 번째 이유, 골반 안에 통증의 출처가 더 많습니다
여성의 골반 안에는 자궁과 난소가 있습니다. 이 장기들에서 오는 통증은 배 아래쪽뿐 아니라 엉치와 허리 아래, 사타구니로 퍼져서 느껴집니다. 생리 주기에 따라 강해지고 약해지는 골반통은 이쪽을 먼저 봅니다.
반대로 부인과 검사에서 이상이 없는데 골반이 아프다면, 통증의 출처는 골반 안 장기가 아니라 관절과 인대, 근육에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천장관절 인대, 이상근(엉덩이 깊은 곳의 근육), 골반저근은 산부인과 검사 범위 밖에 있습니다. 두 계통이 같은 자리에서 통증을 만들기 때문에, 골반통은 어느 쪽에서 오는지 나누는 것이 치료의 출발점입니다.
네 번째 이유, 통증을 감지하는 방식이 다릅니다
여성호르몬은 월경 주기에 따라 통증 역치를 바꿉니다. 같은 자극이 주기의 어느 시점인지에 따라 다르게 느껴집니다.
골반통이 오래되면 통증 자체가 신경계에 남아서, 처음 문제가 생긴 조직이 회복된 뒤에도 통증이 이어지는 경우가 생깁니다. 그래서 골반통은 시작된 지 3개월을 넘기기 전에 출처를 찾는 것이 중요합니다.
근골격 치료보다 다른 진료가 먼저인 신호
아래 신호가 함께 있으면 산부인과나 응급 진료가 먼저입니다.
- 골반통과 함께 열이 나거나, 평소와 다른 질 출혈이 있을 때
- 임신 가능성이 있는 상태에서 갑자기 한쪽 골반이 심하게 아플 때
- 소변볼 때 통증이 있거나 소변에 피가 섞일 때
- 자세와 관계없이 밤에 더 심해지고 체중이 이유 없이 줄 때
- 다리에 힘이 빠지거나 대소변 조절이 어려워질 때
이 신호가 없다면 관절과 인대, 근육 쪽을 차분히 볼 시간이 있습니다.
저희 진료실에서는 어디부터 확인하나요
저희는 골반통의 출처를 세 갈래로 나눠 봅니다. 천장관절과 그 인대인지, 이상근과 둔부 근육인지, 허리에서 내려오는 통증인지입니다.
초음파로 천장관절 뒤쪽 인대와 둔부 근육의 상태를 보고, 한 발로 설 때와 돌아누울 때 어느 동작에서 아픈지를 나눠 기록합니다. 통증이 생리 주기와 맞물려 움직이는지, 출산 이후 시작되었는지도 함께 묻습니다. 부인과 영역이 의심되면 산부인과 진료를 먼저 권하고, 그 결과를 받은 뒤 근골격 치료를 이어갑니다.
출처가 관절과 인대라면 추나로 골반의 정렬과 인대의 긴장을 다루고, 염증이 있는 자리는 약침과 침으로 접근합니다. 임신 중 골반통 환자 386명을 대상으로 한 무작위 대조시험(Elden 등, 2005, BMJ)에서는 표준치료에 침 치료를 더한 군이 표준치료만 받은 군보다 6주 뒤 통증이 낮았습니다. 부인과 영역의 추나 임상시험 18편을 모은 체계적 문헌고찰(이연우 등, 2022, 척추신경추나의학회지)에는 골반 주변 경결점을 손으로 다룬 골반통 연구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같은 골반통인데 회복 속도가 다른 이유
같은 천장관절 문제를 같은 방식으로 치료해도 한 달 안에 잦아드는 분이 있고 반년 넘게 가는 분이 있습니다. 차이는 골반이 아니라 몸의 상태에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출산 후 빈혈이 남아 있으면 인대가 회복될 재료가 부족하고, 밤에 여러 번 깨는 육아 중이면 조직이 회복될 시간이 없습니다. 아랫배와 골반이 늘 차갑다고 느끼는 분은 골반 주변 순환 자체가 느립니다.
약침이 아픈 인대와 근육을 직접 다루는 일이라면, 한약은 그 자리가 다시 회복될 몸의 조건을 만드는 일입니다. 저희는 진맥과 문진, 필요하면 혈액검사와 체성분 검사로 지금 회복을 붙잡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확인하고, 그에 맞춰 약침의 종류와 한약 처방의 방향을 함께 정합니다.
골반통은 이렇게 보는 것이 맞습니다
여기까지는 골반통이 여성에게 흔한 일반적인 이유입니다. 다만 지금 아픈 골반통이 관절과 인대에서 오는지 골반 안 장기에서 오는지, 임신과 출산을 거친 골반이 어디까지 회복되었는지, 그리고 회복을 붙잡고 있는 몸의 조건이 무엇인지는 사람마다 다릅니다. 앞의 둘은 움직임 검사와 초음파, 필요하면 산부인과 진료로, 마지막은 진맥과 문진으로 확인해야 알 수 있습니다. 그 결과에 따라 추나와 침, 약침 위주로 갈지 한약을 함께 쓸지가 달라집니다.
골반통은 여성에게 흔하다는 이유로 참아야 하는 통증이 아닙니다. 흔한 만큼 출처가 여러 갈래라는 뜻이고, 그 갈래를 나누면 다룰 수 있는 문제가 됩니다.
자주 묻는 질문
산부인과 검사는 자궁과 난소 같은 골반 안 장기를 봅니다. 천장관절 인대, 이상근, 골반저근처럼 골반을 붙잡고 있는 구조는 그 검사 범위 밖에 있습니다. 두 계통이 같은 자리에서 통증을 만들기 때문에 장기에 이상이 없다는 결과는 관절과 근육 쪽을 볼 차례라는 뜻입니다. 움직임 검사와 초음파로 어느 구조에서 오는지 나눠 봅니다.산부인과에서 이상 없다는데 골반이 계속 아픈 건 왜 그런가요?
드문 일이 아닙니다. 임신 관련 골반통을 정리한 연구(Wu 등, 2004)에서 출산 후에도 약 25%가 골반통이나 요통을 겪었고 약 7%는 심각한 수준으로 남았습니다. 느슨해진 인대가 회복될 시기에 육아가 겹치면 회복이 미뤄집니다. 시간이 해결해 주지 않았다면 인대가 어느 상태인지, 정렬이 어떻게 남아 있는지 확인해야 합니다.출산한 지 2년이 넘었는데 아직도 골반이 아픈 게 정상인가요?
생리 주기에 따라 강해지고 약해지는 통증은 골반 안 장기 쪽을 먼저 보는 것이 맞습니다. 다만 여성호르몬은 통증 역치 자체를 바꾸기 때문에, 관절이나 인대 문제가 생리 때 더 아프게 느껴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생리와 무관한 날에도 앉았다 일어설 때나 돌아누울 때 아프다면 근골격 쪽이 함께 있다는 신호입니다.생리 때마다 골반이 더 아프면 근육 문제는 아닌 건가요?
두 가지를 봅니다. 통증이 최근에 생겼고 잠을 잘 주무시며 체력에 큰 변화가 없다면 추나와 침, 약침 위주로 경과를 봅니다. 반대로 출산 후 시작된 통증이 3개월 이상 이어졌거나, 밤에 자주 깨거나, 빈혈이나 냉증이 함께 있다면 약침으로 아픈 자리를 다루면서 한약으로 회복 조건을 같이 봐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첫 진료에서 이 부분을 먼저 확인하고 말씀드립니다.침만 맞아도 되나요, 한약도 먹어야 하나요?
세 가지를 확인하면 됩니다. 통증이 생리 주기와 맞물려 움직이는지, 특정 동작에서 아픈지, 열이나 출혈 같은 다른 진료가 먼저인 신호가 있는지입니다. 첫 진료에서는 이 세 가지를 문진으로 나누고, 움직임 검사와 초음파로 통증의 출처를 확인한 뒤 산부인과 진료가 먼저 필요한지, 근골격 치료로 시작해도 되는지를 안내해 드립니다.그럼 저는 어떻게 해야 하나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