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성통증

다 나았다고 하는데 통증만 남아 있는 이유

만성통증다 나았다고 하는데 통증만 남아 있는 이유호랑이부부한의원

통증이 오래 이어지면 아픈 부위가 아니라 통증을 전달하는 신경계 쪽이 예민해져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를 중추감작이라고 부릅니다. 다친 곳이 회복된 뒤에도 통증이 남거나, 예전 같으면 아무렇지 않던 자극에도 아픈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양산 호랑이부부한의원 대표원장, 한방재활의학과 전문의 정범환입니다.

진료실에서 이런 말을 자주 듣습니다. “MRI도 찍고 피검사도 했는데 다 정상이래요. 그럼 제가 예민한 건가요?” 이 질문에는 오해가 하나 섞여 있습니다. 예민해진 것은 성격이 아니라 신경계입니다.

중추감작이 무슨 뜻인가요?

중추감작은 척수와 뇌에서 통증 신호를 처리하는 회로의 민감도가 올라간 상태를 말합니다.

이 개념을 정리한 리뷰(Woolf, 2011, PAIN)에서는 중추감작을 통증이 더 이상 말초 조직의 손상 정도를 그대로 반영하지 않게 되는 상태로 설명합니다. 볼륨 조절 손잡이가 올라가 있는 상태에 비유할 수 있습니다. 소리를 내는 쪽이 아니라 받아들이는 쪽의 설정이 바뀐 것입니다.

그래서 이런 특징이 나타납니다.

  • 원래 아프지 않아야 할 가벼운 접촉이나 압박에도 통증을 느낍니다
  • 통증 범위가 처음 다친 곳보다 넓어집니다
  • 자극이 끝난 뒤에도 통증이 한동안 이어집니다

이 특징들은 임상에서 중추감작을 의심하는 기준으로도 정리되어 있습니다(Nijs 외, 2014, Pain Physician). 다만 이는 분류를 돕는 기준이지 확진 검사가 아닙니다. 중추감작은 혈액검사나 영상으로 직접 찍히지 않습니다. 검사가 정상이라는 말과 아플 이유가 없다는 말이 같지 않은 것도 그 때문입니다.

왜 어떤 통증은 만성으로 넘어가나요?

급성에서 만성으로 넘어가는 과정에는 통증 강도만이 아니라 수면과 활동량이 함께 작용합니다.

수면과 통증의 관계를 정리한 리뷰(Finan, Goodin & Smith, 2013, Journal of Pain)에서는 이 둘이 한 방향이 아니라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관계라고 보고합니다. 통증 때문에 잠을 못 자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잠이 부족한 상태가 다음 날의 통증 민감도를 높이는 쪽으로도 작용한다는 것입니다.

여기에 움직임에 대한 두려움이 더해지면 고리가 만들어집니다. 아프니까 덜 움직이고, 덜 움직이니 근육과 관절이 굳고, 굳으니 조금만 움직여도 아프고, 그래서 더 안 움직이게 됩니다. 통증 교육에 관한 연구를 정리한 논문(Moseley & Butler, 2015, Journal of Pain)에서는 통증이 왜 생기는지를 이해하는 것만으로도 이 두려움이 줄어드는 경향이 관찰되었다고 보고합니다.

그래서 오래된 통증은 아픈 부위 하나만 봐서는 정리되지 않습니다.

진료실에서는 무엇을 확인하나요

저희는 통증이 아직 구조 쪽에 있는지, 이미 감작 쪽으로 넘어갔는지를 나눠서 확인합니다.

먼저 근골격 초음파로 힘줄이나 관절 주위에 남아 있는 문제가 있는지를 봅니다. 구조적 소견이 뚜렷하지 않은데 통증 범위가 넓고 가벼운 압박에도 아프다면, 접근하는 순서를 바꿔야 하는 신호로 봅니다.

이때 자율신경검사(HRV)를 함께 진행합니다. 오래된 통증과 수면 부족이 겹치면 몸이 긴장 쪽으로 치우쳐 있는 경우가 있어, 그 균형이 어느 쪽에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서입니다. 문진에서는 통증 때문에 깨는지, 잠들기가 어려운지, 하루 활동량이 어떻게 줄었는지를 나눠 여쭙습니다.

치료는 자극의 세기를 조절하는 것에서 시작합니다. 예민해진 상태에서는 강한 자극이 오히려 통증을 키울 수 있어, 자극을 줄인 무통 약침과 침치료로 통증과 수면을 먼저 다룹니다. 신경 주행을 따라 저리거나 당기는 양상이 뚜렷하면 신경통 약침을 함께 고려합니다. 통증이 잦아든 뒤에는 추나와 운동으로 움직임의 범위를 조금씩 넓혀 갑니다. 진료 수단은 진료 안내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만성 통증에 대한 침치료는 개별 환자 자료를 모아 분석한 연구(Vickers 외, 2018, Journal of Pain)에서 검토된 바 있습니다. 39건의 임상시험, 약 2만 명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 대조군 대비 통증 감소가 보고되었으나, 연구진 스스로도 그 차이의 크기를 두고 해석이 갈릴 수 있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근거가 있다는 말과 누구에게나 같은 결과가 나온다는 말은 다릅니다.

여기까지는 일반적인 이야기입니다

지금까지의 내용은 오래된 통증이 만성으로 넘어가는 일반적인 경로입니다.

다만 실제로는 사람마다 갈리는 지점이 있습니다. 구조적인 문제가 아직 남아 있는지 아니면 통증만 남아 있는지, 수면이 먼저 무너진 것인지 통증이 먼저인지, 그리고 지금 자극을 어느 정도까지 받아들일 수 있는 상태인지. 이 세 가지에 따라 같은 만성 통증이라도 시작점이 달라집니다.

이 갈림은 초음파로 구조를 확인하고, 수면과 활동량의 변화를 시간순으로 되짚어야 알 수 있습니다. 경과에는 개인차가 있습니다.

통증이 오래됐다는 것은 몸이 고장 났다는 뜻이 아닙니다. 경보 장치의 민감도가 올라가 있는 상태에 가깝습니다. 그렇다면 해야 할 일은 경보를 무시하고 버티는 것도, 원인을 찾을 때까지 검사를 반복하는 것도 아닙니다. 민감도를 조금씩 되돌리는 쪽으로 방향을 잡는 것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중추감작이면 검사를 더 받아도 소용없는 건가요?

그렇지 않습니다. 구조적인 문제와 감작은 함께 있을 수 있어서, 남아 있는 구조 문제를 확인하는 검사는 여전히 의미가 있습니다. 다만 검사가 정상으로 나왔을 때 아플 이유가 없다고 결론 내리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중추감작은 영상이나 혈액검사로 직접 확인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제가 예민해서 아픈 건가요?

성격의 문제가 아닙니다. 중추감작은 척수와 뇌에서 통증 신호를 처리하는 회로의 민감도가 올라간 상태를 말합니다(Woolf, 2011). 통증이 실제보다 크게 느껴지는 것이 아니라, 통증을 처리하는 설정 자체가 달라진 것입니다.

잠을 못 자는 게 통증이랑 관계가 있나요?

관계가 있습니다. 수면과 통증을 정리한 리뷰(Finan 외, 2013)에서는 두 요소가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관계로 보고되었습니다. 통증 때문에 못 자기도 하지만, 잠이 부족한 상태가 다음 날의 통증 민감도를 높이는 쪽으로도 작용합니다. 그래서 오래된 통증에서는 수면을 함께 다룹니다.

아파도 참고 운동을 해야 하나요?

참고 하는 것과 조절해서 하는 것은 다릅니다. 예민해진 상태에서는 강한 자극이 통증을 키울 수 있어, 처음부터 무리한 운동을 권하지 않습니다. 통증과 수면을 먼저 안정시킨 뒤 움직임의 범위를 조금씩 넓혀 가는 순서로 접근합니다.

그럼 저는 어떻게 해야 하나요?

먼저 세 가지를 확인해 보시면 좋습니다. 통증 범위가 처음보다 넓어졌는지, 가벼운 접촉이나 압박에도 아픈지, 그리고 통증이 시작된 뒤 수면과 활동량이 어떻게 변했는지입니다. 첫 진료에서는 근골격 초음파로 구조적인 문제가 남아 있는지를 확인하고, 수면 문제나 긴장이 두드러지는 경우 자율신경검사를 함께 진행합니다. 그 결과에 따라 지금 자극을 어느 정도로 조절해야 하는지, 통증 조절과 움직임 회복 중 무엇을 먼저 둘지를 나눠 안내드립니다.

이 증상은 여기서 봅니다

척추·관절 질환

목·허리 디스크부터 어깨·무릎까지. 아픈 자리와 그 자리를 아프게 만든 원인을 함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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