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이미 자리 잡은 연축의 치료 목표는 “없애기”가 아니라 “줄이고 덜 보이게 하기”이고, 방법의 핵심은 약해진 근육을 키우는 것이 아니라 과하게 당기는 근육을 풀어주는 것입니다. 안면마비 후유증 환자 39명을 대상으로 한 국내 무작위 연구에서 8주 침 치료 뒤 얼굴 뻣뻣함과 기능 점수가 기다린 군보다 좋아졌습니다. 신경이 잘못 연결된 것 자체는 되돌릴 수 없지만, 그 연결이 얼굴에서 드러나는 정도는 바꿀 수 있습니다.
양산 호랑이부부한의원 대표원장, 한방재활의학과 전문의 정범환입니다.
“마비 온 지 1년이 넘었는데 이제 어떻게 해도 안 되는 거죠”라는 말씀을 듣습니다. 그 질문에 절반은 맞고 절반은 틀리다고 답합니다. 어느 절반이 어느 쪽인지가 이 글입니다.
왜 목표를 “없애기”에서 “줄이기”로 바꿔야 하나요
연축은 다시 자란 신경 섬유가 원래 가야 할 근육이 아닌 옆 근육에도 연결되어 생깁니다. 눈을 감으라는 신호가 입꼬리 근육에도 도착하는 배선의 문제이고, 한 번 자란 신경의 배선은 다시 뽑아 꽂을 수 없습니다.
그래서 “연축을 없앤다”는 목표는 처음부터 닿을 수 없는 곳에 있습니다. 대신 바꿀 수 있는 것이 둘 있습니다. 첫째, 잘못 연결된 근육이 얼마나 세게 당기는지입니다. 같은 배선이라도 근육의 긴장이 낮으면 겉으로 드러나는 움직임은 작아집니다. 둘째, 뇌가 그 신호를 얼마나 크게 보내는지입니다. 신경이 정리되는 과정은 2년 가까이 이어지고, 그 기간 동안 뇌는 어떤 움직임을 반복하느냐에 따라 신호의 크기를 다시 배웁니다.
연축의 배선은 못 바꾸지만 그 배선을 타고 흐르는 신호의 크기와 근육의 긴장은 바꿀 수 있고, 치료는 그 둘을 겨냥합니다.
과하게 당기는 근육은 어떻게 다루나요
안면 재활 분야에서 오래 인용되는 문헌(Diels, 2000, Facial Plastic Surgery)은 연축 치료의 원칙을 한 문장으로 정리했습니다. 마비된 근육을 자극하는 것이 아니라 비정상적으로 함께 수축하는 근육을 억제하는 것입니다.
이 원칙이 집에서 하는 관리의 방향을 정합니다. 연축이 있는 쪽 얼굴은 대개 볼과 턱, 눈 주변 근육이 늘 긴장되어 있어서 뻣뻣하고 무겁습니다. 따뜻한 수건을 덮고 손가락으로 근육을 천천히 늘려주는 스트레칭과 마사지는 이 긴장을 낮추는 방법입니다. 거울 훈련은 웃을 때 눈이 감기지 않는 범위까지만 작게 웃는 연습, 눈을 감을 때 입이 따라오지 않는 범위까지만 살짝 감는 연습으로 합니다. 크게 움직여서 근육을 키우는 방식은 연축을 더 크게 드러내기 때문에 쓰지 않습니다.
물리치료 연구를 모은 코크란 체계적 고찰(Teixeira 등, 2011)도 환자 상태에 맞춘 얼굴 운동이 중등도 마비와 만성 후유증에서 기능 개선과 연관된다고 정리했습니다. 도움이 된 것은 큰 운동이 아니라 상태에 맞춘 작은 운동이었습니다.
집에서 하는 관리는 힘을 키우는 운동이 아니라 긴장을 낮추는 이완과 작게 정확히 움직이는 훈련입니다.
침 치료 연구는 무엇을 확인했나요
경희대 안면마비센터가 수행한 무작위 연구(Kwon 등, 2015, Trials)는 벨 마비 후유증 환자 39명을 침 치료군 26명과 8주 대기군 13명으로 나눴습니다. 침 치료군은 주 3회 8주 치료를 받았습니다. 8주 뒤 얼굴 장애 지수의 사회·정서 점수가 대기군보다 23.5점 더 좋아졌고, 신체 기능 점수는 21.5점, 안면신경 등급 점수는 14.8점 더 좋아졌으며, 얼굴 뻣뻣함 척도도 더 낮아졌습니다. 중대한 이상반응은 없었습니다.
후유증 단계에서 침 치료는 얼굴의 뻣뻣함과 기능, 그리고 얼굴 변화로 인한 사회적 부담 세 가지 모두에서 변화와 연관되었습니다.
이 연구에서 눈여겨볼 것은 사회·정서 점수입니다. 연축 환자분이 실제로 가장 힘들어하는 것은 사진 찍을 때, 사람을 만날 때의 부담이고, 이 연구는 그 부분이 측정 가능한 변화로 나타났음을 보여줍니다.
진료실에서는 무엇을 확인하며 접근하나요
저희는 연축이 자리 잡은 분을 볼 때 어느 근육이 문제인지를 동작별로 나눠 기록하는 것부터 시작합니다. 웃을 때 눈이 얼마나 감기는지, 눈을 감을 때 입꼬리가 얼마나 올라가는지, 말할 때 목에 힘줄이 서는지, 가만히 있을 때 한쪽 볼이 더 팽팽한지를 각각 봅니다. 어느 근육이 과하게 당기는지가 정해지면 치료 자리도 정해집니다.
침 치료는 그 과하게 당기는 근육의 긴장을 낮추는 쪽으로 잡습니다. 약해진 쪽을 세게 자극하는 방식이 아닙니다. 늘 굳어 있는 볼과 턱 근육에는 약침을 써서 긴장과 뻣뻣함을 다루고, 거울 앞에서 어느 동작을 어느 크기까지 해도 되는지를 직접 정해 드립니다. 눈 주변 연축이 심해 시야를 가리거나 사회생활에 큰 부담이 되는 경우에는 과활동 근육을 일시적으로 약화시키는 보툴리눔 독소 주사가 안과와 성형외과에서 쓰이며, 저희는 그 선택이 도움이 될 상황이면 함께 안내합니다.
저희는 어느 근육이 과하게 당기는지를 동작별로 먼저 정하고, 그 근육을 풀어주는 쪽으로 침과 약침과 거울 훈련을 맞춥니다.
연축은 몸 상태를 그대로 받는 후유증입니다. 긴장하거나 피곤한 날, 잠을 못 잔 날 연축이 더 두드러진다는 말씀을 거의 모든 분이 하십니다. 얼굴 근육의 긴장은 전신의 긴장과 함께 움직이기 때문입니다. 약침이 과하게 당기는 근육의 자리를 직접 다루는 일이라면, 한약은 그 긴장이 낮아질 몸의 조건, 즉 수면과 스트레스 반응과 체력을 다루는 일입니다. 저희는 진맥과 문진, 필요하면 자율신경 검사로 지금 긴장을 붙잡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확인하고, 그에 따라 약침의 종류와 한약 처방의 방향을 함께 정합니다.
그래서 어떻게 보면 되는가
여기까지는 자리 잡은 연축을 다루는 일반적인 방향입니다.
다만 어느 근육이 어느 동작에서 과하게 당기는지, 마비 후 몇 개월째여서 신경이 아직 정리되는 시기인지 지나갔는지, 그리고 긴장을 붙잡고 있는 몸의 조건이 무엇인지는 사람마다 다릅니다. 앞의 둘은 동작별 기록과 시간 경과로, 마지막은 진맥과 문진으로 확인해야 알 수 있습니다. 그 결과에 따라 침과 약침의 자리, 거울 훈련의 범위, 한약을 함께 쓸지가 달라집니다.
“이제 어떻게 해도 안 된다”는 말은 배선에 대해서는 맞고, 그 배선이 얼굴에 드러나는 정도에 대해서는 틀립니다. 1년이 지났어도 바꿀 수 있는 것이 남아 있고, 그것을 정확히 겨냥하는 것이 이 단계의 치료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신경의 잘못된 연결 자체를 되돌리기에는 늦었지만, 그 연결이 얼굴에 드러나는 정도를 바꾸기에는 늦지 않았습니다. 후유증 환자 39명 무작위 연구에서 8주 침 치료 뒤 뻣뻣함과 기능, 사회·정서 점수가 대기군보다 좋아졌고, 참가자들은 이미 후유증이 자리 잡은 분들이었습니다.마비 온 지 1년이 넘었는데 이제 늦은 건가요
없앨 수는 없습니다. 다시 자란 신경의 배선은 바꿀 수 없기 때문입니다. 바꿀 수 있는 것은 그 배선을 타고 흐르는 신호의 크기와 근육의 긴장이고, 이 둘을 낮추면 겉으로 보이는 연축은 작아집니다. 목표를 “없애기”로 두면 실망하고, “줄이기”로 두면 실제 변화가 보입니다.연축을 완전히 없앨 수 있나요
크게 움직이는 운동은 오히려 연축을 더 드러냅니다. 연축 치료의 원칙은 약한 근육을 키우는 것이 아니라 과하게 당기는 근육을 풀어주는 것이라서, 집에서는 온열과 마사지로 긴장을 낮추고, 거울 앞에서 연축이 따라오지 않는 범위까지만 작게 움직이는 훈련을 합니다. 어느 동작을 어느 크기까지 할지는 진료실에서 정해 드립니다.얼굴 운동을 열심히 하면 좋아지나요
연축이 특정 근육 한두 곳에 국한되고 잠과 컨디션에 큰 문제가 없다면 침과 약침, 거울 훈련 위주로 경과를 봅니다. 반대로 피곤하거나 긴장한 날 연축이 눈에 띄게 심해지고, 잠이 얕거나, 얼굴 변화로 인한 부담이 오래 쌓여 있다면 약침으로 당기는 근육을 다루면서 한약으로 긴장이 낮아질 조건을 같이 봐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침만 맞아도 되나요, 한약도 먹어야 하나요
세 가지를 확인하시면 됩니다. 어느 동작에서 어느 부위가 따라 움직이는지, 마비가 온 지 몇 개월째인지, 피곤한 날 연축이 더 심해지는지입니다. 첫 진료에서는 연축을 동작별로 나눠 기록하고, 과하게 당기는 근육을 정한 뒤 거울 훈련의 범위를 직접 보여드리고, 진맥과 문진으로 긴장을 붙잡고 있는 몸의 조건을 확인해 약침의 종류와 한약을 함께 쓸지 안내해 드립니다.그럼 저는 어떻게 해야 하나요
참고문헌
- Diels HJ. Facial paralysis: is there a role for a therapist? Facial Plast Surg. 2000;16(4):361-364. doi:10.1055/s-2000-15546
- Teixeira LJ, Valbuza JS, Prado GF. Physical therapy for Bell’s palsy (idiopathic facial paralysis). Cochrane Database Syst Rev. 2011;(12):CD006283. doi:10.1002/14651858.CD006283.pub3
- Kwon HJ, Choi JY, Lee MS, Kim YS, Shin BC, Kim JI. Acupuncture for the sequelae of Bell’s palsy: a randomized controlled trial. Trials. 2015;16:246. doi:10.1186/s13063-015-0777-z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