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이 저리다고 해서 손목터널증후군인 것은 아닙니다. 손 저림을 호소하는 사람 가운데 실제로 손목터널증후군으로 확인되는 경우는 다섯 명 중 한 명 정도이고, 나머지는 목, 팔꿈치, 전신 신경, 순환에서 옵니다. 어느 손가락이 저린지, 언제 심해지는지, 어떤 자세에 나빠지는지 세 가지가 원인을 가릅니다.
양산 호랑이부부한의원 대표원장, 한방재활의학과 전문의 정범환입니다.
“밤에 손이 저려서 깨요, 털면 좀 나아요”, “새끼손가락까지 저린데 손목터널이라고 하더라고요” — 두 분은 같은 ‘손 저림’으로 오셨지만 원인이 같은 자리에 있지 않을 가능성이 큽니다.
손목터널증후군이란 무엇이고 얼마나 흔한가
손목터널증후군은 손바닥 감각을 맡는 정중신경이 손목의 좁은 터널 안에서 눌리는 병이고, 손 저림 전체에서는 소수입니다. 손목 안쪽에는 손목뼈가 바닥을, 두꺼운 인대(굴곡근 지대)가 천장을 이루는 터널이 있고, 그 안을 손가락 힘줄 아홉 개와 정중신경 하나가 함께 지납니다. 힘줄집이 붓거나 천장 인대가 두꺼워지면 신경이 눌립니다.
스웨덴 일반 인구 2,466명을 조사한 연구(Atroshi 등, 1999, JAMA)에서 정중신경 영역의 저림·통증을 호소한 사람은 14.4%였지만, 진찰에서 손목터널증후군으로 판단된 사람은 3.8%, 신경전도 검사까지 일치한 사람은 2.7%였습니다. 증상이 있는 사람 다섯 중 한 명 꼴입니다. 손이 저린 분 대부분에게 먼저 필요한 것은 손목 치료가 아니라 어디서 오는 저림인지 가리는 일입니다.
손목터널의 저림은 이렇게 다르다
손목터널증후군의 저림은 엄지·검지·중지와 약지의 절반에 오고, 새끼손가락은 저리지 않습니다. 정중신경이 맡는 감각 영역이 거기까지이기 때문입니다. 밤이나 새벽에 심해져 잠에서 깨고, 손을 털거나 주무르면 잠시 풀립니다. 운전대를 잡거나 휴대전화를 오래 들고 있을 때, 손목을 굽힌 채 자고 일어났을 때 나빠집니다. 오래 진행하면 엄지 아래 두덩이 근육이 얇아지고, 단추를 채우거나 작은 물건을 집는 힘이 떨어집니다.
초음파로 보면 터널 입구에서 정중신경이 부어 굵어져 있고, 눌린 지점을 지나면서 납작해지는 모습이 보입니다. 저림의 위치와 시간대, 초음파 소견이 한 방향을 가리키면 손목터널증후군을 우선 봅니다.
손목이 아닌 저림은 어떻게 다른가
새끼손가락이 저리거나, 팔 전체를 따라 내려오거나, 양손과 발이 함께 저리면 원인은 손목 바깥에 있습니다.
- 목에서 오는 저림은 목을 뒤로 젖히거나 옆으로 돌릴 때 심해지고, 어깨나 팔 뒤쪽을 따라 내려오며, 목과 어깨 통증이 함께 있습니다. 눌리는 신경 뿌리에 따라 저린 손가락이 다르고, 새끼손가락 쪽 저림은 목 아래쪽 신경에서 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 팔꿈치에서 오는 저림은 새끼손가락과 약지에 오고, 팔꿈치를 오래 굽히고 있으면 심해집니다
- 양손이 대칭으로 저리고 발끝부터 함께 저리면 손목이 아니라 전신 신경의 문제이며, 당뇨가 있는 분에서 먼저 확인합니다
- 손 전체가 저리면서 색이 변하거나 차갑고, 아침에 손이 붓고 뻣뻣하면 순환과 자율신경 쪽을 봅니다
한 사람에게 두 원인이 겹쳐 있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목에서 한 번 눌린 신경은 손목에서 조금만 눌려도 증상이 크게 나오므로, 손목만 치료하면 절반만 풀립니다.
정밀검사가 먼저 필요한 신호
- 엄지 아래 두덩이 근육이 반대쪽보다 눈에 띄게 납작해짐
- 저림이 왔다 갔다 하지 않고 하루 종일 감각이 둔한 상태로 이어짐
- 힘이 빠져 물건을 자주 떨어뜨림
- 양손과 양발이 함께 저림
- 목 통증과 함께 팔로 방사되는 통증이 심해지거나, 다리까지 증상이 있음
이런 경우 신경전도 검사와 목 영상 검사로 눌린 위치와 정도를 먼저 확인해야 합니다.
진료실에서 손 저림을 어떻게 가리는가
저희는 먼저 저린 손가락을 그림에 표시하게 하고, 손목을 굽힌 자세와 목을 젖힌 자세에서 각각 저림이 유발되는지 나눠 봅니다. 초음파로 손목 터널 입구의 정중신경 단면과 천장 인대의 두께, 힘줄집에 물이 찼는지 확인하고, 필요하면 팔꿈치 안쪽의 척골신경도 함께 봅니다. 여기서 방향이 갈립니다. 목이 원인이면 추나와 경추 치료로 옮겨 가고, 손목이 원인이면 단계를 봅니다. 힘줄집 부종이 앞서는 초기에는 신경통 약침이나 죽염약침으로 신경 주변의 부기를 다루고 손목 자세를 조정합니다. 천장 인대가 두꺼워지고 신경이 납작해진 단계라면 도침으로 두꺼워진 인대의 일부와 주변 유착을 갈라 터널 안의 압력을 낮춥니다. 시술 전 초음파로 정중신경과 손바닥 동맥의 위치를 확인하고 신경을 피해 들어갈 지점과 깊이를 정하며, 도침 뒤에는 PDRN약침이나 자하거약침으로 신경 주변 조직의 회복을 목표로 접근합니다. 손목터널증후군 무작위대조시험 16건, 1,025명을 종합한 분석(Dong 등, 2023, Frontiers in Neuroscience)에서 침 치료를 함께 받은 경우 증상 정도, 손 기능, 통증, 신경전도 지표의 개선과 연관되었다고 보고되었습니다.
같은 일을 하는데 손목터널증후군이 생기는 사람이 있는 이유
같은 일을 하는 두 사람 중 한 사람만 손이 저리고, 한 손을 풀어 주면 반대 손에 생기는 분이 있습니다. 차이는 손목보다 몸의 상태에서 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손목 터널은 벽이 단단해 안의 내용물이 조금만 부어도 압력이 오릅니다. 당뇨, 갑상선 기능 저하, 임신처럼 조직에 물이 잘 차는 상태, 순환이 느려 부종이 밤사이 빠지지 않는 상태, 염증이 오래 가는 상태에서는 힘줄집이 쉽게 붓고 신경이 쉽게 눌립니다. 밤에 유독 저린 것도 낮 동안 쌓인 부종이 누운 자세에서 손으로 몰리기 때문입니다.
도침과 약침이 좁아진 터널을 넓히고 신경 주변의 부기를 다루는 일이라면, 한약은 그 터널이 다시 붓지 않을 몸의 조건을 만드는 일입니다. 저희는 진맥과 문진, 필요하면 혈액검사로 혈당과 갑상선 상태를 확인하고, 순환과 부종이 밤에 몰리는 이유가 무엇인지 본 뒤 약침의 종류와 한약 처방의 방향을 함께 정합니다.
그래서 어떻게 보면 되는가
여기까지는 손 저림을 가르는 일반적인 기준입니다. 다만 지금 저림이 손목에서 오는지 목에서 오는지 둘이 겹친 것인지, 손목이라면 부종 단계인지 인대가 두꺼워진 단계인지, 그리고 조직이 붓기 쉬운 몸의 조건이 있는지는 사람마다 다릅니다. 앞의 둘은 유발 자세 검사와 초음파로, 마지막은 진맥과 혈액검사로 확인해야 알 수 있고, 그 결과에 따라 목을 먼저 다룰지 손목을 다룰지, 약침으로 시작할지 도침으로 갈지, 한약을 함께 쓸지가 달라집니다.
손 저림은 “손목터널이다, 아니다”의 문제가 아니라 “신경이 어느 지점에서, 왜 눌리고 있는가”의 문제입니다. 그 지점을 정확히 찾는 것이 치료의 절반입니다. 경과에는 개인차가 있어 같은 진단이라도 회복 속도는 사람마다 다릅니다.
자주 묻는 질문
새끼손가락은 정중신경이 아니라 척골신경이 맡기 때문에 손목터널증후군만으로는 저리지 않습니다. 새끼손가락과 약지가 저리면 팔꿈치 안쪽의 척골신경이나 목 아래쪽 신경을 먼저 봅니다. 다만 손목과 다른 원인이 겹친 경우도 있어 초음파와 유발 자세 검사로 나눠 확인합니다.새끼손가락도 저린데 손목터널증후군인가요?
밤에 심해지고 손을 털면 풀리는 저림은 손목터널증후군의 특징적인 양상입니다. 낮 동안 쌓인 부종이 누운 자세에서 손으로 몰려 터널 안 압력이 오르기 때문입니다. 다만 목에서 오는 저림도 잠자는 자세에 따라 밤에 심해질 수 있으므로, 저린 손가락의 위치와 목 자세에 따른 변화를 함께 봐야 확정할 수 있습니다.밤에 손이 저려 깨는데 손목터널증후군이 맞나요?
도침의 목표는 신경이 아니라 신경을 누르는 천장 인대와 주변 유착입니다. 시술 전 초음파로 정중신경과 손바닥 동맥의 위치를 확인하고, 신경을 피해 인대의 두꺼워진 부분으로 들어갈 지점과 깊이를 정합니다. 힘줄집 부종이 앞서는 초기에는 도침보다 약침으로 부기를 먼저 다룹니다.손목터널에 도침을 쓰면 신경을 다치지 않나요?
두 가지를 봅니다. 한쪽 손에 최근 생겼고 당뇨나 갑상선 문제가 없고 부종이 아침이면 빠진다면 약침과 도침, 손목 자세 조정 위주로 경과를 봅니다. 반대로 양손에 번갈아 생기거나, 아침에도 손이 부어 있거나, 당뇨나 갑상선 질환이 있거나, 최근 회복이 전반적으로 느려졌다고 느끼신다면 약침과 도침으로 터널을 다루면서 한약으로 붓지 않을 조건을 같이 봐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침만 맞아도 되나요, 한약도 먹어야 하나요?
세 가지를 확인하셔야 합니다. 저린 손가락이 어디까지인지(새끼손가락이 포함되는지), 목을 젖히거나 돌릴 때와 손목을 굽힐 때 중 어느 쪽에 저림이 심해지는지, 그리고 위에 적은 정밀검사 신호에 해당하는 것이 있는지입니다. 첫 진료에서 감각 분포와 유발 자세 검사, 초음파로 눌린 지점을 찾고, 진맥과 문진, 필요하면 혈액검사로 붓기 쉬운 조건을 확인한 뒤 목과 손목 중 어디를 먼저 다룰지 안내합니다.그럼 저는 어떻게 해야 하나요?
참고문헌
- Atroshi I, Gummesson C, Johnsson R, Ornstein E, Ranstam J, Rosén I. Prevalence of carpal tunnel syndrome in a general population. JAMA. 1999;282(2):153-158. doi:10.1001/jama.282.2.153
- Dong Q, Li X, Yuan P, et al. Acupuncture for carpal tunnel syndrome: a systematic review and meta-analysis of randomized controlled trials. Front Neurosci. 2023;17:1097455. doi:10.3389/fnins.2023.1097455
